내시경 중 천공…전원 후 환자사망 판례
법원, 보호조치의무 위반 등 판결
최근 수술이나 치료 중에 문제가 생겨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시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동물병원 내에 진료 후에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거나 환자의 상태가 악화돼 응급진료가
필요한 환자가 전원 대상이다. 24시간
수의사가 상주하며 환자를 관리할 수 있거나 보다 전문적인 치료나 수술이 가능한 동물병원으로 전원시키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른 동물병원으로 전원시킨 후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면 다행이지만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거나 사망했을 경우에는
책임 소재를 놓고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전원 후 2차
수술을 하다 환자가 사망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할 수 있다. 1차 수술한 동물병원의 과실과 전원 후에
과실이 없었는지를 법원에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1차 동물병원 책임 커
법원에서는 치료를 받던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거나 새로운 증상이 생겨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는 최초의 사고를
야기한 의사에게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000년 대법원(99다48245)의 판례에 따르면 “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치료를
받던 중 치료를 하던 의사의 과실 등으로 인한 의료사고로 증상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증상이 생겨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는 확대된 손해와 최초의 사고
사이에도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라며 “특별한 사정의
존재에 관한 입증책임은 최초의 사고를 야기한 자에게 있다”고 밝혔다.
환자를 전원시켜 2차로 수술한 병원의 과실이 없다면 처음 치료
및 수술을 한 의사의 과실을 크게 보고 있다.
동물병원에서도 이와 비슷한 판례가 있다.
2차 수술 후 환자 사망
2021년 9월 17일 K수의사는 반려견(말티푸)의 결석제거를 위한 방광경내시경 을 하던 중 방광 안에 혈뇨가 차서 내시경의 시야가 가로막히자 수술을 중단했다. 내시경 시술을 받던 반려견의 복부도 팽만해지는 등 요도나 방광의 천공이 의심돼 K수의사는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개복술로 남아 있는 결석을 제거하고 요도에 카테터를 삽입하고 봉합사로 천공부위를
결찰해 수술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다음날 저녁부터 반려견의 활력이 떨어지자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24시간 운영되는 J협력 병원에 전원조치를 해야 했다.
J병원에서는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후 응급수술을 진행했다. 개복술로 방광의 결찰부위 봉합을 제거해 보니 방광인접부 요관에서 뇨 누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방광 연접 요관 주변의 부종과 출혈, 일부 괴사로 요관의 회생이
불가능해 Pigtail 장착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수의사들은 양측 요관 손상부를 1cm가량 잘라내고 방광에 이식하는 수술을 했다.
그러나 다음날 반려견이 복수가 차는 증상이 보이자 다시 개복술로 방광과 요관 문합 부위의 괴사 발생으로
파열되어 소변이 새는 것을 확인하고, 괴사부위를 절제한 후
pigtail catheter를 장착해 방광에 문합 수술을 마무리했지만 반려견이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사망하고 말았다. 반려견의 사망 원인은 소변정체에 따른 요독증의 심화였다.
반려견이 사망하자 보호자는 방광경내시경 수술을 집도한 수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보호자 '방광경내시경 중 과실' 주장
반려견의 보호자측 변호사는 "K수의사가 방광내시경수술
도중에 방광쪽 요도로 카테터가 뚫고 나오는 천공을 발생시켰고, 천공부위를 봉합하기 위해 방광과 함께
요관까지 봉합해 급성신부전 및 요독증이 발생하여 반려견을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내시경 수술로 인한 천공이 문제가 되어 결국 반려견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K수의사측도 방광내시경 수술을 하는 도중에 방광목 부위에 천공을
발생시켰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천공부위를 잘 봉합하고 오줌이 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환자를
전원시킨 만큼 사망의 원인은 아니라며 2차 수술을 한 J병원측의
과실 가능성을 언급했다.
K수의사측은 “J병원
수의사가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원래 요관이 있던 부위에 다시 요관을 붙인 과실을 범했을 가능성, 요도에
설치된 카테터가 문제가 생기거나 빠져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역방향으로 카테터를 삽입하다가 요관을 손상시켰을 가능성, 요관스텐트(pigtail) 시술을 하다가 요관을 손상시켰을 가능성
등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술 중의 문제 뿐만 아니라 J병원에서 무리하게 수술을 진행한
점도 지적됐다.
K수의사측은 “J병원에서 1차수술 이후 신장수치가 올라가고 활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당일 수술을 시행해 이 사건 반려견이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이
사건 반려견의 사망은 전적으로 J병원 수의사의 1, 2차
수술 과정에서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K수의사의 실수가 있었지만 이를 잘 수습해 전원시킨 만큼 환자가
사망한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증거 없는 주장”
반면 재판부는 전원 당시부터 요관폐쇄가 발생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J병원으로 전원 조치된 직후의 진료기록에
따르면 반려견은 드러누움, 인사불성 상태, 무뇨, 양쪽 수신증이라고 기재되어 있다"며 “전원 무렵에 요관폐쇄로 인한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또한 J병원 원장과 통화에서
'K수의사가 요도 천공된 것을 결찰하는 과정에서 요관까지 묶어서 수신증 증세가 발생한 것 같아서 양쪽 요관을 모두 잘라내서 방광에
새로이 연결하는 요관방광연결술을 시행했다'고 이야기 한점을 근거로 K수의사가
요관을 묶은 사실 자체에 대해 명백하지 부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J병원에서 수술 과정에서 과실을 범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는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에게는 이 사건 방광내시경수술 과정에서 요도 부위에
천공을 발생시킨 과실과, 이 사건 개복수술 과정에서 요관을 함께 봉합하거나 또는 요관이 압박되어 막히도록
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고, 위와 같은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반려견의 요관이 폐쇄되어 소변이 방광으로
배출되지 못하여 요독증이 심화되어 사망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
사건 반려견의 견주들인 원고들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인과관계와 입증책임 중요
재판부에서는 사고로 인해 치료를 받던 중 의료사고로 증상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증상이 생겨 손해가 확대된
경우 확대된 손해와 최초의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를 중요시하게 판단한다.
위의 사례처럼 최고의 사고인 내시경 수술로 인해 환자에게 천공이 발생했고 그 뒤 응급조치를 하고 환자를
전원시킨 경우에는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을 바탕으로 의료상의 과실이 있는지를 판단한다.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해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만약 최초의 사고뿐만 아니라 전원된 병원에서도 과실이 있다면 과실 상계를 통해 과실비율을 평가하고 있다.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며 그 의료의 과정은 대개 의사만이 알 수 있다. 최상의 치료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의료 기법은 의사의 재량에 달려있어 의료 행위상의 중의 의무 위반에 대한
입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법원에서 전문가의 자문을 요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해당 사건처럼 수의사간에 의료 행위를 두고 다툰 경우에는 최초의 사고를 야기한 의사에게 입증 책임을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