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7(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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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태(동물은내친구) 원장

 

윙윙 거리는 소리를 귀로 들으며 피부와 살을 스치는 바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라이더를 보는 많은 이들은 무섭거나 무모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헬멧과 몇 가지 보호장비만을 두르고 맨 몸으로 시속 50Km가 넘는 속도를 즐기고 있으니 각종 안전장치를 갖춘 자동차에 앉아 있는 운전자에게는 불안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어떤 것을 타느냐가 아니라 누가 운전대를 잡느냐의 문제라고 라이더들은 말한다. 모든 운전자가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운전대를 잡는다면 안전을 따라 오는 것이라고 말이다.

 

대학시절부터 오토바이를 즐겨 탔던 김은태(동물은내친구) 원장은 50세가 훌쩍 넘은 지금까지 라이더를 즐기고 있다. 혹자들은 동물병원을 개원했으니 라이더를 즐기는 것은 무리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는 여전히 오토바이를 하나로 전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그는 "가고 싶은 휴가 기간을 정해 한달 반 혹은 2주 정도 국내외 여행을 다녀오곤 한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전 세계에서 발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외국으로 떠나기 어렵게 됐지만 그는 국내로 눈을 돌려 여전히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모든 계절을 오토바이를끌고 아름다운 우리강산을 둘러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토바이로 고속도로를 달릴 수 없어 즐길 수 있는 장소가 한정적이라고 생각되지만 라이더에게 길은 만들어 가는 것일 뿐이다.

 

그도 국도와 지방도를 잇는 도로를 따라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돌며 라이딩을 하고 있다. 서울을 출발해 지리산 성삼재를 시작으로 강원도 진부령까지 44개 고갯마루를 잇는 백두대간을 종주하기도 했으며, 인공장애물이나 바위를 넘는 트라이얼과 산악바이크도 탔다.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장거리 라이딩을 즐기기는 어렵지만 교통체증 없이 길을 따라 보이는 나무와 물줄기, 태양, 바람을 눈과 귀, 코로 느낄 수 있어 여행으로 얻는 경험은 더 풍부할 수밖에 없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기 전까지는 국내 여행에 만족해야 하는 만큼 올 해도 알차게 국내에서 라이딩을 계획하고 있다. "올 해는 섬을 다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주도와 서해, 남해 등을 라이딩하며 도착한 곳에서 캠핑을 하고 돌아

올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라이더를 타면서 즐기는 또 다른 취미는 스킨스쿠버다. 라이더를 타면서 온 몸으로 살아 있음을 느꼈다면 스킨스쿠버에는 또 다른 미지의 세계를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아무도 살 것 같지 않은 깊은 바다 속을 직접 들어가 그곳에 살고 있는 물고기와 해초 등과 소통하면 지구의 또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지난 10년간 동호인들과 함께 러시아, 몽골, 중앙아시아, 유럽, 이태리, 미국, 멕시코 등 전 세계를 오토바이 하나로 누볐다. 혼자가 아닌 동호회원들과 함께 즐기다보니 여행의 즐거움도 배가 된다.

"첫 라이딩에서 만났던 6~7명과 함께 지금까지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10년 정도 함께 여행을 간것 같은데, 한번도 같이 가자는 여행을 거절한 적인 없다"라며 그는 라이딩 멤버들과의 우정을 자랑했다. 

라이더를 타고 도착한 여행지에서 다시 바닷 속 미지의 세계를 들어간 것도 황홀한 일이다. 또한 광활한 대륙을 질주할 때의 흥분과 미지의 공간을 달리면서 느낄 수 있는 자유는 동물병원 안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경험이다. 자동차로는 느낄

수 없는 촉감과 시간, 청각 등 모든 감각들이 살아남을 느낄 수 있어 그가 오랫동안 오토바이 라이딩을 즐기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는 단순히 라이딩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공부를 한 이후에 떠나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에 가기 위해 미술과 건축, 음악, 와인에 대해 3년간 공부를 했으며, 갈라파고스에 대해서도 그곳에 살고 있는 여러 동식물에 대해 공부를 했

다"고 밝혔다. 아쉬운 것은 팬데믹으로 인해 몇 년을 기다렸다가 갈 수 있게 된 갈라파고스를 언제 밟을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갈라파고스는 지금 예약해도 3~4년을 기다려야 하기때문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기대도 컸지만

준비도 많이 했는데 정말 아쉽다"라고 말했다.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많은 바이크지만 그는 자신의 배우자와 자녀들에게도 오토바이 라이딩을 권유하고 있다. "오토바이가 위험하긴 하지만 위험을 관리하는 것도 삶은 일부분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언젠가 준비가 되면 오토바이를 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수의사로서 1개월 이상 동물병원을 비우고 라이딩을 다녀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경제 활동에 대해 일정부분 포기하면서도 직업에대한 자신감과 비전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는 "나는 개원을 하고 있지만 수술만 하고 있어서 가능한 것 같다"라며 "사랑하는 가족들과 병원식구들 모두가 도와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라고 밝혔다. 자신이 여행을 통해 많은 기쁨과 경험을 얻고 오는 만큼 그는 주변의 많은 이들에게 자유롭게 여행을 떠나라고 이야기한다. 바이크를 타지 않아도 여행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거칠고 척박한 초원에서 모래 바람을 맞으며 오토바이로 길을 만들어 가는 라이더들의 자유로운 모습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 그의 인생과도 닮아 있다.

                                                                                                                 안혜숙기자 ivetclin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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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취미] 바이크로 세계를 누비는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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