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고양이만 진료하는 ‘백산동물병원’

반려묘 대상 헌혈 및 수혈 프로그램 운영

 

 

서울 강남에서 최초로 고양이만을 진료하고 있는 동물병원이 있다.

개원 초기에는 개와 고양이를 동시에 진료했지만 ‘한 가지에 집중하자’라는 신념으로 2017년 강남 역삼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아예 고양이 전문병원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5년간 고양이 진료에만 전념하고 있는 백산동물병원 김형준 원장을 만났다.

김형준.jpg

백산동물병원의 진료과목은 예방의학과와 내과, 외과, 안과, 치과, 영상진단센터 등으로 일반 동물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매우 단순하고 정제된 대기실의 모습은 조금 색달라 보였다. 자칫 건조해 보일 수 있는 단순한 모습의 대기실은 사실 고양이의 시각적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한 백산동물병원의 배려였다. 대기실 한쪽에는 고양이의 진정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펠리웨이 디퓨져가 놓여 있었으며 장식장에는 고양이들의 장난감으로 채워져 있었다.

 

김 원장은 “병원에서 진행하는 신체검사와 채혈, 엑스레이촬영, 초음파 검사 등 진단을 위한 진료 동선도 환묘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정확한 검사를 하기 위해 최적화했다”라며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 온 의료진과 스탭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라고 설명했다.

백산동물병원은 환묘를 제대로 된 자세로 올려놓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검사한다.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줄이면서도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위한 방법을 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김형준 원장은 “환묘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완벽하게 치료하는 최고의 고양이 병원을 만들고 싶다”라며 “아픈 고양이의 종합적인 치료 결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백산동물병원을 개원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가 고양이 전문병원을 개원한 또 다른 이유는 동일한 행동을 보이는 고양이와 개의 진단과 질환명이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는 슬개골 탈구로 인한 다리 절음이 많지만 고양이는 골격계 질환의 문제보다 다른 질환으로 인해 다리를 저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김 원장은 “고양이는 강아지와 다르게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과 심장질환 등에 의해서 다리 절음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라며 “특히 심장 질환에 의한 다리 절음은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이므로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질환을 숨기는 고양이의 특성상 늦게 질병이 발견되는 경우도 많으며, 대부분의 질환이 전형적이지 않아 고양이를 잘 아는 수의사의 눈으로 사고하고 진단해야 한다.

김 원장은 “몇 시간 전까지 아무 증상없이 건강하게 지내던 고양이가 갑자기 응급으로 내원하는 경우도 많다”며 “응급 환묘는 빠른 시간 내에 그 원인을 찾고 최적의 대응을 해야하기 때문에 고양이 전문병원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백산동물병원은 다른 동물병원에서 치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정받은 케이스 혹은 여러 병원을 거쳐서 찾아오는 환묘가 많은 편이다. 다른 병원을 거쳐 온 반려인들에게는 단시간 내에 명확한 진단과 치료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원장은 “난해한 케이스는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고 리스크도 크지만 오히려 정확한 확진을 통해 치료플랜과 최적의 처방을 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고양이 중증 질환 및 희귀질환에 대한 치료 케이스를 특히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도 수의사들이 해결되지 않은 고양이 환자를 백산병원에 리퍼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백산동물병원은 국내 최초로 고양이 전용 헌혈 프로그램을 운영한 동물병원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고양이의 혈액형을 모르는 상태에서 수유를 하거나 수혈을 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라며 “특히 B형 고양이가 A형의 혈액을 수혈 받으면 용혈성 빈혈과 급성 과민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며, 수유의 경우도 신생묘 적혈구 용혈증의 원인이 된다”라고 했다. 대부분의 고양이 혈액형이 A형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B형 혈액형을 가진 고양이가 적지 않아 혈액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했다는 것. 특히 응급 반려묘에게 혈액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만큼 백산동물병원은 헌혈시에 건강검진권을 증정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수혈받은 혈액이 다른 고양이의 치료에서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백산동물병원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임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매년 4차례에 걸쳐 백산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수의과학생들이 3주 동안 고양이 병원의 다양한 진료케이스를 경험하면서 고양이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접할 수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백산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은 수의사들이 전국 동물병원에서 임상 수의사로 활약 중이다.

 

김 원장은 “기회가 있다면 고양이 수의사의 스타일을 개원의들이 현장에서 느꼈으면 좋겠다”라며 “고양이는 진료방식 자체가 다른 만큼 캣벳(CAT VET)으로써 생각하는 방식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김원장이 수의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백산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이유이다.

고양이에 대한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고양이 만을 진료하면서 헌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중증 및 희귀질환까지 돌보고 있는 백산 동물병원. 로컬병원에서 보기 힘든 2차 진료까지 시술하고 있는 백산동물병원이 고양이 전문 병원으로 또 어떤 시도를 할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안혜숙기자 ivetclinic@naver.com

수술실.jpg


전체댓글 0

  • 03263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고양이만 진료하는 '백산동물병원'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