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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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불행한 사고 중 하나가 교통사고이다. 교통사고는 나의 잘못도 있지만 상대 운전자나 도로 상황 등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발생할 수 있어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교통보험은 차량가액과 운전자의 사고 경력 등으로 책정이 되지만 막상 사고를 당하게 되면 보상 기준에서 운전자의 수입을 중요하게 여긴다. 


교통사고의 손해배상액은 일반적으로 적극적 손해, 일실수입, 위자료로 구분된다. 적극적 손해는 사고로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되는 치료비나 개호비, 재산상의 손해를 의미한다. 위자료는 사고로 인해 입게 된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판사의 재량에 따라 정해진다. 가해자의 과실이 100%일 경우 최대 1억원, 음주나 뺑소니로 인한 사망 사고는 1억5,000만원, 그 사유가 중대할 경우 최대 2억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치료비나 위자료는 대부분 동일하게 측정하고 있어 다툼의 여지가 많지 않다.

문제는 일실수입이다. 향후에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사고 때문에 얻지 못하게 된 수입을 책정하는 일실 수입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금액의 차이가 클 수 있다. 특히 수의사처럼 전문직 종사자일 경우 교통사고시 보상금 책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


30대 수의사 유가족 4억원대 보상

2020년 10월 28일 오후 1시 50분경 편도 2차 도로에서 2차로를 달리던 승용차가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1차로로 진로를 변경하려다가 시속 120km의 속도로 1차로를 진행 중이던 승용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그 사건으로 1차로를 진행 중이던 운전자는 사망했다. 사망한 운전자는 동물병원을 개원하고 있던 30대 수의사였다. 

법원은 사망한 운전자가 속도 제한을 위반해 운전한 만큼 사고의 책임을 40%로 보고 가해 운전자의 책임을 60%로 봤다. 

그러나 사망자가 동물병원 개원의라고 보기에는 수입 신고 금액이 현저히 적었다. 평균 동물병원 개원의 수입은 커녕 평균 도시근로자의 수익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가족은 망인의 수익을 전문직 취업자의 평균 수입 수치를 기초로 산정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망인은 소득금액으로 2018년 7,422,562원, 2019년 8,832,867원을 각 세무당국에 신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망인이 위 수입보다 높은 통계 소득만큼 수입을 얻고 있었거나 장차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상당한 개연성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부인과 자식이 있었지만 연 소득은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신고를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사망 당시 세무서에 신고한 금액이 일실수입의 기초가 된 것이다.

재판부는 “망인의 신고소득이 도시 보통 인부 일용노임보다 적으므로 도시 보통인부 일용 노임을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산정한다”라고 판시했다. 


그로 인해 월 평균 300만원 정도의 소득만을 인정했으며, 그마저도 생계비를 수입액의 1/3으로 감액해 월 평균 100만원만 인정 받아야 했다. 사고 당시의 실제 수입을 기초로 한 것이 아니라 세무신고를 기준으로 산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 생계비 산정에서 월 소득의 1/3을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보상금액이 현저히 적었다.


반면 망인이 공익수의사인 경우 일실수입액은 더 오를 수 있다. 월 평균 소득이 아닌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보고서의 ‘보건·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직’에 해당하는 남자 보건의료전문가의 월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공보의, 평균 수익으로 보상

2014년 정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군의관으로 입대해 공군 대위로 근무하던 중 2015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A씨가 있었다. A씨는 2015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보고서의 ‘보건·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직’에 해당하는 남자 보건의료전문가의 월 평균소득 등을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산정했다. 군의관 전역까지는 월 2,561,425원, 전역 후부터 9년까지는 4,368,250원, 10년부터 65세까지는 5,480,916원을 일실수입 기준으로 산정해 6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A씨 유가족은 재판부의 일실수입 산정액이 터무니 없이 적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에 가서야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대법원은 “‘보건 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직’의 통계 소득으로 정형외과 전문의인 김씨의 전역 이후 예상 소득을 산정한 것은 합리성과 객관성을 갖추지 못했다”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 보냈다. 보건의료전문가의 월 평균 소득이 아닌 정형외과 전문의의 월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일실소득을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공보의로 근무를 하고 있지만 재대를 하면 정형외과 전문의로 근무하는 만큼 전문의 수입을 기준으로 산정하면 배 이상의 일실 수입이 산정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30대 수의사도 수의사의 월평균 수입으로 일실 수입이 책정됐다면 더 많은 금액을 인정 받을 수 있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0년 수의사의 월평균 수입은 6,190만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20배 이상의 일실수입 산정도 가능하다. 세무서에 신고된 소득금액이 너무 낮은 것이 문제가 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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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혜숙기자 ivetclin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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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판례] 30대 수의사 교통사고 사망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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