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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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상태를 뒤늦게 진단해 치료 도중 강아지가 사망하자 동물병원을 상대로 소송한 반려인이 패소했다.

반려인 A씨는 2021년 1월 30일 애견샵에서 분양받은 포메라니안 암컷 강아지가 구토와 설사 증세를 보이자 D동물병원을 찾았다. D동물병원은 ‘장염’으로 진단하고 약물 치료를 했으나 강아지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A씨는 다른 동물병원을 찾아갔다. 또다른 동물병원에서는 '홍역'으로 진단했다. A씨는 홍역으로 진단받은 강아지를 다시 D동물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받게 했지만 강아지의 상태가 악화돼 G동물병원으로 전원시켜 입원치료를 했지만 결국 죽고 말았다.

반려인은 D동물병원에서 장염으로 오진해 치료 시기를 놓쳤다며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위자료 등 재산적 손해 204만9,800원(치료비 184만9,800원+장례비 20만원)과 위자료 3,000만원을 배상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인천지방법원 강주혜 판사는 반려인의 청구를 기각했다. 


뒤늦은 홍역 진단

D동물병원에서 홍역을 진단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쳤다는 반려인A씨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수의사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봤다. 

강 판사는 "홍역에 감염되어 증상이 발현되는 어린 환자견의 경우, 면역 결핍으로 인하여 다양한 2차 감염증이 발생하고, 체구가 작아 혈관을 통해 영양 수액 공급이 지속되기 어려워 대부분 사망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사건 강아지가 더 이른 시기에 홍역 검사나 홍역 진단을 받았더라면 예후가 호전되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처음 강아지가 내원했을 때에도 눈꼽과 콧물 증상이 보이지 않았던 이상 D동물병원에서 반드시 홍역 감사를 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본 것이다.

강아지의 사망이 2차 감염에 의한 폐렴 등 호흡기 증상의 악화인 것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강 판사는 “이 사건 강아지는 ’G동물병원‘으로 전원한지 약 3일 후부터 개구호흡, 콧물과 재채기 등 증상을 보였고, 2차 감염에 의한 폐렴 등 호흡기 증상이 악화됨으로써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홍역 진단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이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주의의무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홍역 치료시 Prednisolon 사용 

A씨는 홍역 치료시 사용한 항염증제인 프레드니소론(Prednisolon)처방이 홍역 진단을 받은 강아지에게 매우 부적절한 치료 행위라고 주장했다.

부신피질에서 합성되는 스테로이드 계열의 호르몬제인 프레드니솔론은 면역반응억제제, 염증반응 억제제로 사용되고 있으나 각종 병균의 침입에 대항하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는 약물이다. 

강 판사는 “진료기록 감정의가 이 사건 약물이 스테로이드 계열의 면역 억압과 염증 억제 효능을 가진 약물로, 홍역과 같이 면역 저하를 유발하는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처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힌 점은 인정된다”라고 하면서도 “서울특별시수의사회장, 감정인 H에 대한 각 사실조회 회신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약물 투여로 인해 실제로 이 사건 강아지의 면역력이 저하되었다거나, 이 사건 약물이 이 사건 강아지의 사망과 이 사건 약물 투여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약물 투여의 부적절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특별시수의사회장과 감정인들의 의견서가 사건에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입원기간 동안 D동물병원이 강아지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점도 인정받지 못했다.

강 판사는 “진료기록 감정의는 잦은 수양성 설사 환자견의 경우 항문 주변을 자주 세정하더라도 항문 주변에 변이 묻거나 피부 짓무름이 발생하기도 하며, 만일 수양성 설사가 잦은 환자견을 방치하였다면 항문 주변 뿐 아니라 배쪽 털과 발바닥 등에 광범위하게 설사변이 묻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A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업무상과실치사 어려움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는 그 과실과 환자가 사망했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입증이 되어야 한다. 의사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한 사고를 의료과실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지만 재판에서는 보다 넓은 범주로 판단하고 있다. 치료 방식이나 효과, 부작용 등 여러 사정을 감안해 의료 행위가 이뤄졌는지, 좋지 않은 결과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그러지 못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이번 사건은 진료기록부 감정인들의 역할이 판결에 크게 작용했다. 수의사가 뒤늦게 진단한 홍역을 환자의 상태만으로 진단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한 수의사의 감정서는 재판부의 판결에 영향을 줬다. 특히 치료과정에서 사용한 프레드니소론 처방에 있어서는 다른 기관에서 홍역 환자 사용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음에도 수의계가 보낸 감정서를 통해 환자 사망과의 인과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 판사는 "진료기록 감정의가 스테로이드 계열의 약물을 지속적으로 처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힌 점은 인정하지만 서울특별시수의사회장과 감정인 H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약물 투여로 강아지의 사망과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동물병원의 임상과 관련한 분쟁에서 수의계의 의견서가 판결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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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역 진단 늦어 강아지 죽어...수의사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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