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2(목)
 

주식 회사 동물병원의 유예 기간이 2023년 7월 31일로 만료됨에 따라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던 동물병원들의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영리 동물병원 논란에 불을 붙였던 이리온동물병원은 지난 10월 31일 청담점이 문을 닫으며 사실상 동물병원 사업을 접었

다. 대한제분의 종속회사인 우리와(주)의 사업영역에서 쇼핑몰이나 사료판매 등은 그대로 둔 채 동물병원 사업만 폐업한 것

이다. 일각에서는 영리 동물병원과 관련한 수의사법 개정을 촉발시킨 이리온동물병원의 사업 종료로 대기업 동물병원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영리목적의 동물병원 개원이 금지되면서 오히려 기업들의 동물 사업과 관련한 투자도 줄어들고 있다. 주식회사로 운영되던 동물병원도 재단법인 설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출장 전문 동물병원 개원 증가

동물병원 사업을 접은 대기업은 대한사료 이외에 의약품 도매업을 하는 S기업, 농업회사법인 P사 등이 있다. 올 해 초까지

동물병원으로 등록돼 있던 S기업과 P사는 출장 전문 개인 동물병원으로 전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병원이 아닌 출장전문 병원으로 전환한 것은 동물병원 설립에서 보다 자유롭기 때문이다.

수의사법에 따르면 동물병원은 진료실과 처치실, 조제실을 비롯해 청결유지와 위생관리에 필요한 시설을 갖춰야 하지만 출

장 진료만을 하는 동물병원은 진료실과 처치실을 갖출 필요없다. 조제가 가능한 청결한 시설만 있으면 동물병원 개원에 문

제가 없다. 대동물 진료를 주로 하거나 수의사가 연구를 위한목적으로 출장 전문 동물병원을 개원하기도 한다. 반려동물 진

료를 주 업무로 하지 않는 수의사들이 시설 등에 관한 규정이 적은 출장전문 동물병원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회사 동물병원 사업자로 2개 이상의 동물병원을 개원하던 수의사들은 개인병원으로 전환하고 있다. 주식회사는 그대로 유지한 채 새롭게 개인 동물병원을 개설하고 있는 것이다.

영리 동물병원을 개설했던 K원장은 “10년 동안 주식회사를 운영하면서 사료판매, 쇼핑몰, 유투브 운영 등의 수익 사업이 있어 분리 전환했다”라며 “주식회사에서 나온 동물병원은 개인 병원으로 개설해 운영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식회사의 자금으로 동물병원을 개원한 수의사들은 개인병원으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다. 지분에 의해 운영되는 기업이 동물병원 사업을 넘기기 위해서는 동물병원의 가치를 평가해서 매각하는 형식이 되야 한다. 브랜드의 가치, 고객 네트워크 등 무형의 자산이 상승한 경우 그에 대한 가치도 인정받을 수 있다. 병원의 미래 가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양수 금액이 달라질 수 있어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2인 이상의 수의사가 주식회사 형태로 동물병원을 개원한 이후 결별할 경우 법적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서울 강북의 A동물병원은 원장간의 다툼으로 병원을 정리하면서 감정 싸움으로 이어져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사단법인 설립 까다로워

영리법인을 금지하는 수의사법에 따라 ‘동물진료법인’을 설립하려는 수의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해마루동물병원은 올 해 안에 비영리 법인 설립을 완료하겠다고 밝혔으며, 동물검진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B동물병원도 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법인 설립에 상당기간이 소요되면서 개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B동물병원측은 “1년 전부터 진료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허가가 나지 않았다”라며 “서울에는 동물진료법인을 설립한 선례가 없다 보니 서류 요청도 많고 심사 기간도 길어지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반면 경기도는 대명소노그룹이 비영리법인인 ‘소노수의재단’을 설립해 소노펫동물병원을 개원했으며 대전에서는 대전도시공사가 오월드 동물원 내 동물병원을 개설했다. 진료법인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지역마다 허가 기간이나 서류 등에 차이가 있다 보니 허가기간도 다를 수 있다. 서울에서는 재단법인 동물병원이 개원한 사례가 없어 1년 이상 소요되기도 한다.

동물진료법인은 어느 정도 이상의 자산이 있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출연하려는 자산이 빈약하면 설립 허가를 받기 어려울 정도로 일정 금액 이상의 자본금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동물진료법인을 설립하려면 최소 1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재단법인의 설립과 청산이 어렵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영리법인 개설을 제한하는 수의사법 시행을 앞두고 수의사 1인이 2개 이상의 동물병원을 운영하던 곳은 개인 동물병원으로 전환하고, 대형 동물병원은 비영리 법인을 설립하고 있다.

 

영리병원 제한으로 투자 감소

영리 목적의 동물병원 개원을 제한하는 수의사법 시행을 7개월 앞두고 주식회사 동물병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약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동물병원을 개원했던 업체들도 동물병원 사업을 접고 있다.

문제는 영리 목적의 동물병원 개원이 금지되면서 수의계의 투자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동물병원에 필요한 장비나 약품 등을 판매할 목적으로 반려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있었지만 과거처럼 동물병원 관련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리온동물병원의 개원은 대기업의 동물병원 진출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임상수의사의 근무 여건을 개선시켰으며, 동물병원의 진료 시스템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리 목적의 동물병원 개원을 금지하는 수의사법이 긍정적인 평가만을 받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리 목적의 동물병원들이 재단법인을 설립하거나 일반 동물병원으로 변경하면서 내년 7월이면 주식회사 동물병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혜숙기자 ivetclin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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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주식회사 동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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