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13(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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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중이던 반려견이 동물병원을 빠져 나와 갑자기 도로에 뛰어 들자 버스가 이를 피하기 위해 차량을 급제동 해 승객들이 넘어 지는 피해를 입었다. 버스공제회는 반려견의 보호 책임을 다하지 않은 반려인과 동물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버스공제회는 진료를 받기 위해 방문한 반려견이 나가지 못하도록 안전 장치를 하지 않은 동물병원의 책임을 물었다.

경기도의 모 동물병원에서 실제 발생한 사례다.

 

동물병원 안전펜스 관계 없다

사건은 2016년 4월 1일 진료를 받기 위해 말티즈를 동물병원에 데려간 반려인이 대기실에 있던 중 일어났다. 대기 중이던 반려견이 동물병원을 빠져 나와 도로에 뛰어 들었고, 이에 버스 운전사가 반려견과의 충격을 피하기 위해 차량을 급제동했다. 급제동으로 차량이 흔들리면서 버스 승객 1명은 넘어지고, 2명의 승객은 넘어지지 않게 버티다가 상해를 입었다. 버스공제회는 도로 위로 뛰어든 반려견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승객들의 병원 치료비와 재 산상의 손해 및 위자료 등 2,889만원을 배상해 달라고 반려인과 동물병원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버스공제회는 동물의 점유자 또는 점유자에 갈음하여 동물을 보관하는 자의 과실 및 공작물의 설치와 보존의 하자 책임 등을 물었다.

반려견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은 반려인 뿐만 아니라 동물병원측의 책임을 물은 건 안전 시설을 제대로 하지 않아 반려견이 탈출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버스공제회는 “반려인이 동물병원 내에서 진료 대기 중이었으므로, 적어도 공동으로 동물을 점유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라며 “동물병원 내에 공작물인 안전시설을 설치 관리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C수의사는 “동물병원 방문 직후, 진료 계약 전에 발생한 것으로서 민법 제759조의 동물의 점유자 또는 점유자에 갈음하여 동물을 보관하는 자가 아니다”라며 “공작물의 설치, 보존의 하자가 증명되지 않았다”라고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동물병원 내에 안전펜스를 설치하지 않았거나 출입문을 개방하는 것이 공작물의 설치 보존의 하자라고 볼 수 없다”며 “더 나아가 반려동물이 동물병원 내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도록 허용하고 있지 않은 이상 동물병원이 안전펜스를 설치하여야 한다거나 출입문을 폐쇄한 상태로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결했다. 동물병원 내에서 반려동물이 자유롭게 이동하도록 허용하지 않는 이상 안전펜스 설치 여부와 관 련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반려인을 안고 있거나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반려인이 전액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도로건너는 반려인 책임 어디까지

반려동물은 물건으로 규정돼 있어 차에 치어 죽더라도 형사처벌이 없으며, 반려인의 위자료를 인정 받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반려동물의 사망은 재물 손괴죄를 인정받을 수 있지만 그마저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인정받을 수 없다. 반려동물과 관련한 허술한 법률로 인해 반려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도로에서 반려견이 사망해도 위자료를 인정 받기는 커녕 오히려 운전자가 자동차 수리비를 청구하는 사례도 있다. 반려인이 반려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실제 울산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반려견을 차량으로 친 운전자가 자동차 수리비를 보상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반려견은 반려인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를 당했으며, 그로 인해 내상과 뇌손상에 의한 신경증상 진단을 받고 동물 병원에 입원했으며, 퇴원 후에는 통원치료까지 받았다. 반려견의 피해가 상담함에도 불구하고 차량운전자는 반려인의 안전 조치가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차량 운전자는 “동물보호법상 등록대상 동물의 소유자로서 외출시 통제 가능한 길이의 목줄을 착용시키는 등 안전조치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견의 목줄을 착용시키지 않는 등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차량이 파손되었다”라며 “차량수리비와 대차비용 등 431만6,136원을 지불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해당 사건으로 인해 차량이 피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차량운전자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견은 사고 당시 2.6kg 정도의 소형견이며 사고 당시 충격으로 뼈가 부러지거나 외관상 특별한 상해의 흔적이 없어 당시 충돌의 정도가 원고 차량의 파손에 이를 정도였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사고 직후 촬영된 차량 영상에서도 별다른 파손의 흔적이 없어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운전자의 소송에 반소를 제기한 반려인에 대해서는 “이 사건 사고는 보행자 보호의무 및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한 운전자의 과실로 발생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반려인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다만 피해견에게 목줄을 착용시키지 아니한 채 도로를 건너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사고 발생이나 손해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운전자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라고 판결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해견이 이 사건 사고로 상당한 상해를 입어 동물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경우 그 견주인인 피고로서도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라며 정신적 고통에대한 위자료 50만원도 인정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반려견을 차로 친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반려견 사망은 ‘처벌없어’

두 사건은 모두 도로 위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신호를 지키며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발생한 사고 인지 혹은 갑자기 도로에 뛰어들어 일어난 사건인지에 따라 책임이 나뉘어진다. 갑자기 도로를 뛰어든 반려동물로 인한 차량이나 사람의 상해 사고에 대해 반려동물을 돌봐야 할 반려인의 책임을 무겁게 본 것이다.

반면 반려견이 차량에 치어 사망을 했다면 재판 결과는 달라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단지에서 반려견을 산책 중이던 반려인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검은색 차량이 반려견을 치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8년을 함께 한 반려견이 사망하자 반려인은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가해자인 차량 운전자도 반려인의 전화를 피했다.

오히려 보험회사에서 반려동물의 분양비와 장레비를 지급할 수 있다는 연락이 왔지만 운전자가 거부했다. 자동차 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다는 이유였다. 화가 난 반려인은 운전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재판부는 위자료 50만원과 장례비 등 100만원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반려견의 죽음에 이르게 한 운전자의 책임이 크지만 고의성이 없어 위자료와 장례비, 입양비 등만 인정 받은 것이다.

반면 반려동물의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은 병원 치료비와 위자료를 동시에 인정받을 수 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한 병원 치료비로 그 금액이 한정돼 있지만 지불한 금액이 명확하기 때문에 손해액

을 인정받기 쉽다.

현재의 민법 규정으로 인해 도로에서 일어난 반려동물의 사고와 관련한 판례는 사망사고에 비해 상해 사고의 인정 금액이 클 수밖에 없다. 동물의 죽음은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서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98조의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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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판례] 대기중 반려견 탈출, 동물병원 책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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