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2(목)
 

수의계 세미나 시장의 또다른 문제는 이를 받쳐줄 만큼 시장이 확대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수의사를 대상으로 한 세미나는 학회와 연구회 등을 주축으로 개최된다. 회원들을 모집하고 설립 허가를 받아야 하는 학회는 새롭게 개설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학술지까지 발행을 하면 학회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비용도 소요된다. 반면 연구회는 발기인을 모집해 창립총회를 거치면 활동을 할 수 있어 학회에 비해 설립이 간편하다. 최근 학회보다 연구회 설립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지난 해 창립 총회를 개최한 수의종양의학연구회(회장 서경원)를 비롯해 한국수의진단검사의학연구회(회장 나기정), 한국수의심장학연구회(회장 박인철) 등 국내 수의사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연구회만 20여개에 이른다. 

한 분야를 깊이 있게 배우고 연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회의 활동은 임상 발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몇 년 사이 다양한 연구회가 생기면서 활동 없이 명맥만 유지하는 연구회도 나타나고 있다. 연구회 운영자가 누구인지 조차 알 수 없으며, 홈페이지만 구축하고 있거나 카페만 개설한 채 학술활동 계획조차 없는 곳도 있다.

연구회 홈페이지에 등록한 곳으로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 곳도 있었다. A연구회측은 “제가 해당 연구회의 회원으로 가입돼 있긴 하지만 활동을 하지는 않는다”라며 “가입 신청을 한 이후 연락을 받거나 활동을 한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해당 연구회는 지난해에도 학술 활동이 전무했다.

몇 년사이 수의계에 비슷한 이름의 연구회가 많아지면서 연구회의 차별성도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암이나 외과 등 특정 분과를 세분화시킨 연구회가 늘어나고 있지만 임상수의사들이 느낄 수 있는 차이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A원장은 “임상수의사 입장에서는 심장이나 신장 등 특정 장기를 주로 진료하는데 순환기나 호흡 등으로 세분화시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임상수의사들에게 필요한 연구회가 많아져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연구회가 몇 곳이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연구회가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학술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연구회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B학회에서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K수의사는 “수의계는 학회나 연구회가 특정 임원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곳이 많다”라며 “중심적으로 활동하는 회장이나 임원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학회는 특화 진료를 주로 하는 수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연구회는 회원들 중심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다. 회원들의 참여가 저조하면 사라질 위험도 큰 곳이 연구회다.

 

성장 한계 부딪친 동물병원

세미나 활동이 많아지면서 그에 따른 비용도 늘어나면서 수의사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서울의 동물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P수의사는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월세와 생활비 등을 제외하면 생활비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데 학회마다 등록비를 10만원 정도 받고 있다”라며 “비회원으로 참여하면 참가비가 비싸고, 정회원도 회비 부담이 있어 많은 학술활동을 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수의사들이 학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등록비에 대한 부담을 낮춰야 한다. 학회에서는 회원과 비회원에 비용의 차등을 두고 있지만 5~10만원의 등록비를 받는 곳이 대부분이다. 외과와 고양이, 치과, 안과 등 관심있는 분야의 학술활동만 참여해도 등록비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학회에서는 연자비용과 대관료, 초록 제작비 등의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만큼 등록비를 낮추는 것이 쉽지 않다.

K수의사는 “학회에 수의사 100명이 참여해도 연자와 장소 대여료 등을 지출하고 나면적자가 될 수밖에 없다. 학회 수익만을 따진 다면 수의사 50명의 등록보다 업체 부스 2개를 받는 것이 이익이다”라고 했다.

수의사들의 등록비보다 업체들이 부스에 참여하고 후원하는 비용이 학회나 연구회의 수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학술행사마다 주최측에서  업체들의 부스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의사들의 학술 활동이 다양해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업체가 동물병원 시장에 들어와 시장을 키워 한다.

세미나 시장의 한축을 이루는 업체에서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고, 수의사들의 학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수의사들의 임상도 발전할 수 있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동물병원이 발전하지 않으면 수의계의 성장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병원의 개원이 증가하고 있지만 그만큼 폐업도 많아지면서 동물병원 시장은 커지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확대되지 않는 가운데 연구회만 많아지면 결국 참여하는 업체는 줄어들고 수의사들이 자비로 학회나 연구회를 운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동물병원이 잘 되야 수의사들이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해 업체들의 매출이 확대되는 구조로 시장이 발전한다. 

제품 구매에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수의사들이 많으면 업체들도 지회나 학회 등의 활동을 꺼리게 된다.

몇 년사이 많은 연구회가 설립됐다 하지만 동물병원 시장이 확대되지 못하면서 수의사들의 학술 활동도 침체되고 있는 것이다. 수의사들의 적극적인 학술활동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동물병원의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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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계 세미나시장 분석 3] 학회와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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