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2(목)
 

장재영 원장은 서울대학교 수의학과와 수의외과학 석사를 졸업한 이후 해마루

동물병원에서 15년간 근무하다가 장재영외과동물병원을 개원했다. 외과에 특

화된 동물병원으로 주 5일 진료를 하면서도 휴일, 공휴일은 휴진을 하고 있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장재영 원장을 만나봤다.

 

장재영원장.png



Q. 외과 특화 동물병원을 개원하시게 된 동기가 있으실까요?

초등학생 때부터 수의사가 꿈이었고, 수의대에 입학하고 수의사가 되었다. 좀 더 좋은 수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대학원 진학을 했고, 많은 과목 중 외과가 재미 있었고 적성에 맞아 선택하게 됐다. 외과 분야는 술자가 하는 그대로 그 결과가 나오는 정직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가장 컸다. 대학원 졸업 이후 국내 최초의 2차진료기관인 해마루동물병원에서 약 15년간 외과를 담당했고, 많은 환자들의 진단과 수술, 회복, 관리 과정을 보며 이중 제가 할 수 있는 영역만 가지고도 괜찮은 외과 특화 병원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복잡하지 않은 절차로도 제가 할 수 있는 영역만 잘 지켜낸다면 그 분야에서 만큼은 2차 병원급의 결과를 낼 수 있고, 그게 보람 있고 행복한 수의사의 삶이라는 생각으로 2016년 개원을 했다. 


Q. 외과는 개원비용도 많이 들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은 없으셨나요.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외과는 장비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는 의료 환경이 되었다. 처음부터 이정도 병원을 하겠다고 생각했으면 시작하지 못했을 것 같다. 개원하고 진료를 하면서 꾸준히 장비를 하나씩 늘려가게 됐다. 나름의 원칙이 있는데, 새로운 영역을 시도하고 창출하는 쪽으로는 별로 투자를 하지 않고, 기존에 하던 진료와 수술을 보다 효율적으로 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부분 장비와 시설 투자를 한다. 즉 메디컬센터나 대형병원으로 진화할 생각은 전혀 없고, 지금 이 병원 시스템에서 최상의 효율과 결과를 이끌어 내는 쪽으로는 아끼지 않고 시설, 인력, 장비를 투자하는 편이라 크게 무리를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개원 초기에는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수술들을 지금은 다시 하고 있는 상황들도 생긴다. 예를 들어 과거 2차 병원에서 퇴사 당일 했던 마지막 수술이 부신종양 수술이었다. 당시 ‘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 부신종양수술이구나’라고 생각 했었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더 많은 케이스를 집도하게 되었다.


Q. 외과 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외과는 딜레마의 학문이다. 임상실습을 통해 술기를 익히는 연습이 필요하지만, 그 임상에서 최상의 결과를 내야 한다. 배우기 위해서는 약간의 실수가 필요한데,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학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수술 환자를 하기 전 ‘난 얼마나 준비가 되었는가’를 자문해 보는 것이고 바꿔 얘기하면 본인이 얼마나 ‘이론적으로 준비가 되어있는가’이다. 100번의 수술 횟수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1번의 수술을 어떻게 했는지가 장기적으로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책을 최대한 많이 보려고 했다. 미국 퍼듀대학에 계시는 김순영 교수님과 대학원 생활을 같이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주셨고 큰 도움이 됐다. 늘 “책 봐”라고 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임상 초기 2년 정도는 수술이 잡히면 간단한 수술이라도 항상 전날 책 3권 (Slatter, Fossum, Bojrab)을 꼭 보는 루틴이 있었다. 알고 있는 내용도 몇 번씩 정독을 하면 반복 속에서 행간의 숨은 뜻을 알게 되고, 그게 실제 케이스와 접점이 생기면서 도움을 받게 된 것 같다. 번외로 이 기회에 외과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수술의 탄생”이란 책을 재밌게 봤고 꼭 추천드린다.


Q. 개원하신 장재영외과동물병원의 진료 과목과 인력 구성은 어떻게 될까요?

개원 당시에는 저를 포함해서 4명이 근무를 했고 지금은 인력이 늘어 총 15명 (수의사 5, 동물보건사 7, 원무과 2, 사무직 1)이 근무 중이다. 파트 타임직이 몇 분 계셔서 상시 근무인원은 12~13명 정도이다. 특이한 점으로는 원무과 전담 직원과 사무직 (서무/경리/인사 담당)직원을 개원 초기부터 개별적으로 채용해서 나머지 인원이 환자 진료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수의사는 저와 영상전공 공동원장, 진료수의사 3명 총 5명이 진료를 나누어 보고 있고 대신 모든 수술 집도는 제가 하고 있다. 진료 과목은 정형외과, 일반외과, 신경외과와 기본적인 안과, 치과 진료를 보고 있다. 올해 기준 연 600건 정도의 수술이 있었고 약 70%는 정형외과 수술이다.

진료시간은 평일 월요일부터 금요일(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이고, 토, 일, 국경일은 휴진이다. 2018년부터 이 구조로 운영하고 있고 지금은 잘 정착됐다고 생각한다. 개원 당시 2층에 개원하고 미용과 용품이 없어 주변에서 걱정을 하셨는데 지금은 유사한 시스템의 병원들이 많이 생겼고 주 5일 근무하시는 분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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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개원초기 수술실 (아래)현재의 수술실

 

Q. 개원하면서 어려우신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모든 원장들의 고충은 비슷하고 다만 그 정도의 차이인 것 같다. 경영과 진료 모두가 어렵지만 특히 경영적인 부분이 어렵다. 무엇보다 동물병원 경영은 병원별로 모델이 없다 보니 다들 제 각각으로 경영을 할 수밖에 없고 가끔은 서로 오답을 맞춰보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제 경우엔 원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병원을 만들고 싶었고, 원장이 없어도 돌아가는 병원은 가급적 만들지 않으려 했다. 그로 인한 장점은 많지만 대신 장기간 해외학회 등으로 병원을 비우기에는 책임져야할 직원이 많아서 좀 아쉽고 힘들다. 여러 방법을 모색 중이다.


Q. 최근 엑스레이, 초음파, CT 등 영상 장비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이곳의 영상 장비는 어떻게 되며, 영상 진단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기본적인 진단 장비로 초음파와 엑스레이가 있고, 그 외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투시(C-arm), CT를 운용하고 있다. CT는 3년전 도입했고, 종양환자, 골절환자, 3D 프린터 등에 사용하고 있다. 해마루동물병원에서 영상과장으로 근무했던 영상전공의가 공동 원장으로 있어서 초음파나 CT는 외부에서 의뢰를 받는 수준을 갖추고 있다. 대형병원이 아니다 보니 절차가 간소한 부분이 있고 같은 날 CT와 수술을 이어서 진행하기에도 편하다. 그리고 1~2년 내에 관절경 도입을 고려 중에 있다.


Q. 원장님이 외과 수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뭔가요?

역시 기본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강의를 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수술의 팁(Tip)을 궁금해 하신다. 물론 그런 부분이 있고 중요하다는 건 부정하지 않지만 ‘빙산의 일각’이란 말처럼 뾰족한 팁이 있으려면 바탕이 되는 기저부가 필요하다. 그 기본을 다지고 다지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팁이라 생각한다. 기본이 없는 팁은 뾰족할 순 있어도 찔러도 힘없이 구부러질 수 밖에 없다. 할스테드의 수술의 원칙 (Halsted’s principle)이란 것이 있는데, 다소 뻔한 말들이라 여겨질 수 있지만 이 원칙들에 감히 수술의 모든 것 (적어도 기술적인 부분에서는)이 담겨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의 매 수술 과정이 이 원칙에 부합하는지를 고민하고 또 복기하면 꽤 괜찮은 외과의가 되리라 확신한다.

외과의 특성상 영상진단과 큰 시너지를 발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영상진단도 중요하고 술자의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저는 학문의 특성상 영상 부분은 여지를 둔다. 영상은 처음과 중간을 보고, 외과는 중간과 끝을 본다. 중요한 건 그 둘을 연결해서 하나의 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상은 영상을 통해 환자를 판단해야 하기에 실제 임상에서 눈으로 확인했을 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영상 판독을 신뢰하되, 조금 다를 수 있음을 고려해서 수술실에 들어 가고 그 상황에 대한 대비까지가 술자의 역할이라고 본다. 그리고 영상과 조금 다른 부분을 수술실에서 확인했다면 “영상에서 볼 때는 이렇게 보이는데 수술실에서 확인해 보면 이렇게 나왔다”라는 구체적인 얘기를 서로 주고 받아야 다음에 비슷한 case가 생기면 우리가 이렇게 해 보자라는 하나의 연결된 끈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저는 그렇게 서로 배운 것이 그 동안 참 많았고 이 과정이 잘 되지 않으면 외과의는 단순 기술자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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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영외과동물병원의 수술 건수

 

Q. 다른 수의사분들이 외과를 공부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책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책은 원칙에 가까운 것이다. 요즘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습관처럼 구글이나 유튜브를 먼저 찾아보는 것 같다. 물론 좋은 도구인 건 맞지만, 쉽게 얻는 것은 쉽게 잃는다. 스마트폰을 쓰면서 기억하는 전화번호가 줄어든 것처럼 우린 잃은 게 많다. 논문을 보는 것도 매우 좋은 공부 방법이지만, 우선 책을 보고 필요하면 논문을 찾아보기를 권해드린다. 책은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이라면 논문은 그 저자와 그 상황에 대한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어떤 수술을 했는데, 결과가 생각보다 좋지 못한 경우,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원인을 본인으로부터 찾고, 논문을 먼저 찾는 사람은 원인을 환자에게서 찾는다. 이 차이는 크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원인은 본인에 있고 그걸 알아내야 다음부터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우선 내가 어떤 부분을 놓쳤는지를 생각해 보는 게 먼저라는걸 꼭 말씀드리고 싶다.


Q. 이곳은 주말 진료가 없고 평일에도 6시 30분까지 진료를 하십니다. 어떻게 가능하신가요.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개원 당시 세운 원칙 중 하나는 24시간 병원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제대로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야간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보다 어떤 누군가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중환자 관리가 아닌 stay 수준의 환자라면 야간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입원이 가능하고, 또 그런 환자라면 적절한 진통관리와 응급 상황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다면 당일 퇴원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적지 않은 24시간 병원들이 운영상 고충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지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응원하고 박수를 드린다. 다만 모든 병원이 24시간 내내 양질의 의료인력을 유지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언젠간 이 부분도 특화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개원 당시에는 주 6일을 했고 일요일에 하루 쉬었다. 직원들은 주 5일, 원장은 주 6일을 고수하다보니 특히 가장 바쁜 토요일에는 진료 인력이 절반이라는 모순된 상황이 계속되었고, 개원 원칙과는 달리 나와 직원들 모두 별로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개원 2년 후 과감히 토요일 진료를 포기하고 국경일도 대체 휴일 포함해서 휴진을 시작했다. 사실 아직 어린 아이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었다는 점이 가장 컸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평일 안정적으로 출근하는 인원들이 늘어나면서 진료 집중도가 높아졌고, 오히려 매출도 꾸준히 증가해서 지금은 모두가 만족하고 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와 케이스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이 질문이 제일 힘들었다. 우선 나 스스로도 안될 것 같고,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으나 잘 회복해준 사연 많은 아이들이 생각난다. 다음으로 수의사 선생님들이 본인이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데리고 오셨을 때가 다 감사한 기억이고 내 조용한 자랑거리가 되었다. 끝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나의 부족함으로 엄마 품으로 돌려 보내주지 못한 아이가 있다. ‘불현듯’이란 단어를 이 친구를 통해서 다시 배웠다. 늘 생각이 많이 나고, 매년 11월 그날, 혼자 병원에 나와 그 친구를 위한 의식을 조용치 치른다. 용서를 구하기 보다는 늘 미안함을 전한다.


Q. 개원하시면서 가장 힘드신 점이 어떤 건가요.

남자들만 아는 꿈이 있는데,(물론 여자도 알 수 있다) 바로 군대에 다시 끌려 가는 꿈이다. 비슷하게 난 가끔 예전에 일했던 곳으로 다시 취직하는 꿈을 꿀 때가 있다. 식은땀과 함께 잠에서 깨지만 좋은 기억이고, 지금 병원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계속 생각이 나는 것 같다. 그 친구들이랑 같이 있으면 이 환자에게 뭔가를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고 생각하면서 눈 앞의 환자를 어딘가로 다시 보내야 할 때가 있다. 힘든 것 까지는 아니고 이때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지금이 좋다.


Q. 마지막으로 다른 수의사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내 꿈은 수의사였고, 난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좋은 수의사가 되었다. 그 부분에 대한 감사와 빚이 있으며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내가 알고 배우고 느낀 것들을 마음 맞는 분들과 서로 공유하는 자리가 많이 있으면 좋겠다. 단순 바람이 아니고, 구체적으로 조금씩 준비하는 부분들이 있다.

생명을 다루고, 동물을 매개로 사람과 소통하고, 동물과 사람의 마음을 치유한다는 점에서 수의사는 꽤 가치 있고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곳에나 내우외환이 없을 수는 없지만 많은 수의사 분들이 수의사로서 자긍심을 좀 더 가졌으면 좋겠고, 우리 직업은 그래도 될 것 같다. 나와 모두를 응원한다.

안혜숙기자 ivetclin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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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연

포메 단비보호자 입니다. 정말 최고의 수의사님이죠. 수술결과로 증명하시는 분이며, 최고의 실력을 가진 분이 늘 최선을 다하시니 결과가 안 좋을수가 없죠. 심지어 성품도 훌륭하신 정말 멋진분이세요, 원장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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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한 병원을 꿈꾸는 장재영외과동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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